레제나 2011. 9. 12. 14:37

통째로 반복한다

나는 예전에 주식회사 크리스천스쿨이라는 기독교 출판사의 편집장을 잠깐 한 적이 있다. 그때 [큐티와 만나]라는 큐티 월간지를 편집했었다. 큰 기대를 갖고 테마식 성경 큐티 시리즈를 준비하여 창세기부터 시작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꿈을 접었었다. 언젠가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을 목회하는 동안 잊고 있다가, 성경 통독에 올인하면서 그 꿈을 성경 통독과 접목시키게 되었다. 주일 오전 예배 때 성경을 테마로 설교하는데 약 50주 동안 성경 66권을 전부 설교했다. 그 후에는 성경을 통권으로 설교하는 방법으로 성경 66권을 매 주일마다 한 권씩 설교하여 66주에 마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교를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을 통째로 읽고 통째로 묵상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통째로 읽으면 성경이 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창세기에서는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보였고, 출애굽기에서는 종을 자유인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보였으며, 레위기에서는 세상 사람을 거룩하고 흠 없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민수기에서는 불순종을 순종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신명기에서는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를 통해 가나안 땅을 주셨는데(여호수아), 이스라엘 백성과 레위인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사사기), 도리어 이방 모압 여인 룻의 신앙이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고 다윗의 족보에 들어가게 된다(룻기). 또 하나님의 백성이 왕을 원해서 사울 왕을 세워 주셨는데 왕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했기에 왕권을 빼앗기고(삼상), 하나님 나라의 왕 노릇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다윗에게 돌아가게 된다(삼하). 다윗에게 왕권을 이어받은 솔로몬은 하나님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한 행동을 하여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분열시켰다. 여전히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한 북이스라엘의 악한 왕들(왕상)과 하나님의 마음을 눈치 챈 남 유다 다윗 왕조의 선한 왕들이 몇 명 등장한 후, 결국 나라는 멸망하고 백성들은 포로가 된다(왕하).

포로 시대에는 에스라가 역사를 재조명하여 민족중흥을 위한 비전 제시로 다윗에게 초점을 둔 역대상을 기록하였고, 역대하는 민족중흥을 위한 비전제시로 다윗 왕조의 남 유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에스라서에서는 성전 재건과 하나님 통치의 회복이 하나님 마음을 아는 에스라의 성경 통독을 통하여 나타나고, 느헤미야서에서는 성벽 재건과 율법을 통한 개혁으로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에스더서에서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신앙 고백의 결단으로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앙인의 체험적 삶의 내용을 다루는 시가서의 욥기는, 여러 고난을 이기는 방법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신앙 고백이 되고 비난을 이기는 방법은 축복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시편은 새 노래로 구원을 찬양하고 있고, 잠언은 솔로몬의 지혜서이며, 전도서는 솔로몬의 인생론이고, 솔로몬의 노래 중 노래인 아가서는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대선지서 이사야서는 메시야의 구원을 선포하고 있으며, 예레미야서와 예레미야애가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행한 죄악을 회개하고 돌이키면 70년 포로 생활이 하나님의 찬가로 바뀔 것을 예고한다. 에스겔서는 성전 회복을 통한 영원한 하나님의 통치를 예언하고 있고, 다니엘서에서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확증한다. 소선지서에서는 의인을 믿음으로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신약성경의 복음서는 구약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며, 역사서인 사도행전은 복음으로 인해 변화된 하나님 자녀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서신서는 성도 안에 거하는 임마누엘 평강과 장래 구원의 소망을 알게 하시고, 예언서인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총체적 결론으로 창세전 계획이 종말적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큐티는 단락으로 끊어서 하고 설교도 그와 비슷한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성경을 통째로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성경통권 말통원리’를 알게 되었다. 말통원리에 의해 성경통권 큐티를 하면 성경 전체의 초점을 쉽게 알게 되고, 묵상과 적용도 좀 더 정확하고 바르게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하는 단락 큐티의 묵상과 성경 한권을 통째로 읽고 하는 통권 큐티의 묵상은, 그 맛과 적용의 힘이 다르다.

소고기 국을 끊일 때 동일한 조건에서 한 냄비에는 소고기 한 근을 덩어리째 넣어 삶고, 또 다른 냄비에는 소고기 한 근을 잘게 잘라서 삶으면 국물 맛이 서로 다르다. 소고기 한 근을 덩어리째 삶은 것의 국물 맛이 훨씬 더 진하다. 사골국도 사골 뼈를 반복적으로 끓이면 끓일수록 진국의 맛을 볼 수 있다. 성경도 통째로 반복적으로 읽으면, 깊은 생명의 진리를 맛보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에너지로 충전된다. 또한 성경을 통째로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깊고 깊은 예수 그리스도의 진국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 에너지로 충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