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 vs 성경 읽기
성경 공부 vs 성경 읽기
성경이 기준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알아야 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성경에서 뭔가 찾고 고민은 하지만, 성경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들처럼 사는 건 힘들어 한다. 상대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는 만큼 성경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성경 읽는 것이 기본이 되고 생활이 되면, 성령이 우리의 스승 되셔서 깨닫게 하시고 믿게 하신다. 따라서 성경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깨달아지고 삶의 현장에서 말씀대로 살아가게 된다.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은 별을 연구하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고, 누가복음의 목자들은 양떼를 돌보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동방박사와 목자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는데, 어떤 것이 더 은혜로운 방법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성경을 공부하다가 진리를 알게 되는 수도 있고,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진리가 깨달아지는 수도 있다. 그런데 성경을 아무리 많이 공부해도 정작 성경 속으로 들어가면 잘 모르거나 성경의 미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헤매는 이상한 현상을 종종 본다. 이러한 현상은, 지식으로 배운 성경 말씀이 현실세계에서는 그대로 실천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을 읽기만 해도 말씀대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성경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도 없는데, 사람들은 어렵게만 여기고 잘 믿지도 않는 것 같다. 성경은 하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공부한다고 쉽게 알아지고 믿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수년 전, 나는 약 8개월간 호주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때 호주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알게 되었다. 십대 전에 호주로 이민 오거나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은 수학을 정말 잘한다. 구구단도 못 외우는 또래의 호주 학생들을 보면서 비웃고 으스대기도 한다. 이렇게 구구단 실력으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수학 실력이 좋은 한국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도 하차하고 만다. 처음에는 꽤 수학 실력이 좋은데 고등학교 2, 3학년쯤 되면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생들 중 수학 성적이 우수한 이들은 대부분 호주 학생들이다. 그들은 무섭게 한국 학생들을 따라잡는다. 결국 호주 학생들 대부분이 상위그룹을 차지하게 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한국식 수학 교육법과 호주식 수학 교육법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등 하나의 방법을 배우면 그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간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단계로... 이렇게 넘어가기만 하고 그 전 단계 반복학습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1학년은 더하기, 2학년은 더하기와 빼기, 3학년은 더하기와 빼기와 곱하기, 4학년은 더하기와 빼기와 곱하기와 나누기, 5학년은 더하기와 빼기와 곱하기와 나누기와 분수를 배운다. 학년 올라갈 때마다 그 전 단계 내용을 계속 반복시키는 학습을 한다. 비록 구구단을 못해서 기초 계산은 느리지만 수학의 원리를 깨닫게 되어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된다.
성경 공부와 성경 읽기가 꼭 이와 같다. 성경 공부는 구구단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같고, 성경 읽기는 손가락으로 계산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결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처음부터 성경 읽기를 시작하는 사람과 성경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성경을 읽기만 한 사람보다 성경을 공부한 사람의 실력이 좋다. 그런데 나중에는 성경을 읽기만 한 사람의 성경 실력이 훨씬 좋아진다.
한국 학교의 수학 교육처럼 한국 교회의 성경 공부는 상당히 수준급이다. 그런데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것처럼 아는 만큼 실제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성경 공부에 비하면 성경 읽기가 속도도 느리고 얻는 지식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수학의 원리를 터득하듯이 점차 성경의 원리를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실제적인 믿음이 생기고 믿음으로 사는 에너지가 생긴다.